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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곡 뒤에 숨은 고독과 상처'…이두헌, 40년 음악인생의 37곡 탄생비화 공개

- 이두헌의 ‘새벽기차’ ‘풍선’ 등 창작 일화 정리한 노래글 <이층에서 본 거리> 발간

- 첫사랑의 아픔·가족의 그늘·이별의 기억 등 명곡 잉태한 굴곡 많은 인생 사연들 수록

  • 기사등록 2026-05-01 17: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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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소성민 기자]

록밴드 ‘다섯손가락’ 리더이자 솔리스트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이두헌의 노래글 <이층에서 본 거리>(이두헌 지음, 이은북 펴냄)가 최근 발간됐다. 다섯손가락은 ‘새벽기차’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풍선’ ‘사랑할 순 없는지’ ‘이층에서 본 거리’ 등의 히트곡들로 1980년대를 빛낸 전설의 대학생 록밴드였다. 수년 전 재결성돼 간헐적으로 활동하는 현재진행형 밴드이기도 하다. 이번 신간에는 이두헌이 40년간 지은 노래들 중 37곡의 가사와 그 탄생 비화들이 함께 수록돼 있다.
\ 히트곡 뒤에 숨은 고독과 상처\ …이두헌, 40년 음악인생의 37곡 탄생비화 공개다섯손가락 리더 이두헌이 히트곡들에 얽힌 사연을 공개한 노래글 신간 <이층에서 본 거리> 표지. [사진=이은북]

이두헌은 다섯손가락 리더로서 약관의 나이에 그룹의 대다수 히트곡을 창작한 천재 뮤지션이다. 자녀 또래인 엠지(MZ) 세대들도 다섯손가락의 ‘풍선’은 잘 안다. K팝 아이돌그룹 동방신기가 리메이크해서 다시 히트시킨 덕인데, 다만 누가 원곡자인지 잘 모를 뿐이다. 이 책엔 이두헌이 동방신기 멤버들의 사인 CD 10장을 받고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헐값 리메이크를 허락한 일화도 담겨 있다.


이번 노래글의 사연들이 이두헌을 잘 모르는 세대에겐 다소 생소하게 읽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1985년 봄에 전국을 강타한 1집 히트곡 ‘새벽기차’와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에 열광했던 세대는 다르다. ‘풍선’ ‘사랑할 순 없는지’가 담긴 2집과 함께 이 두 앨범은 당시 판매고가 150만 장에 달할 만큼 시대를 풍미했다. 다섯손가락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던 한국의 중장년들에겐 이번 노래글이 옛 추억을 소환하는 아련한 울림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과 ‘사랑할 순 없는지’는 숱한 청춘남녀의 가슴을 설레게 한 명곡들이다. 이번 노래글을 읽으며, 독자들은 이 두 히트곡이 알고 보니 이두헌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바친 1, 2부 연작과도 같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게 된다. 특히 ‘사랑할 순 없는지’에 얽힌 비화는 노래 가사 이상으로 서글펐던 ‘젊은 날의 초상’이다.


영국에 라디오헤드의 ‘크리프(Creep)’가 있다면, 한국에는 다섯손가락의 ‘사랑할 순 없는지’가 있다. 이 두 곡은 짝 없는 ‘찌질남’ 솔로들의 성가(聖歌)와도 같은 노래들이다. 사실 1986년 발표된 ‘사랑할 순 없는지’야말로 1992년 발표된 ‘크리프’의 선배 격인 곡이다. 독자들은 이 두 곡 가사보다 더 비참했지만 이를 코믹하게 그려낸 이두헌의 첫사랑 실패담을 읽으며 배꼽을 쥐게 된다. 혹시 짝사랑하던 이성의 입에서 ‘나 너 부담스러워’ 같은 퇴짜의 일갈을 접했던 사람들만 빼고.


그렇다고 이번 노래글이 웃자고 쓴 책은 아니다. 이두헌은 40년 음악인생을 일관되게 고독과 우울의 마이너 코드를 지향해온 뮤지션이다. ‘서울은’이나 ‘전자오락실에서’ 같은 명곡들에 얽힌 암울한 시대상과 답답한 개인사는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아련한 기억들마저 함께 소환해낸다.


이번 노래글이 불러낸 과거사는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남으로 태어난 이두헌과 강인하지만 완고하신 실향민 부친 사이의 애증과 갈등, 사랑하던 사람들과의 갑작스러운 사별, 상처로 얼룩진 파경과 방황 등 굴곡 많은 자서전에 필적할 리얼한 인생사 역시 담담하게 전개된다. 오늘날 이두헌을 음유시인의 반열에 오르게 한 그 숱한 포크송 명곡들의 내면이 그의 노래 제목 ‘고호의 귀’를 닮아 있는 이유라고나 할까.


결국 이두헌이 뱉어낸 진주 같은 노래 가사들을 잉태한 건 쓰리고 아픈 모래알 같은 현실들이었다. 신이 이 음유시인에게 내려준 재능이 있다면, 자신이 겪은 고독과 시련을 아름다운 시어와 음률로 삭혀내는 능력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사람들은 위로를 받고 힐링을 경험한다. 물론 그저 듣는 자에게 창작의 희열은 없지만 그 산고(産苦) 또한 없으니, 인생은 나름 공평하지 않은가.


이두헌의 이번 노래글엔 37편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모여 웅성거리지만, 뛰어난 시재(詩才)의 작사가답게 번득이는 통찰과 감성의 문장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빛난다. 이를테면 책 거의 말미에서 지난해 발표한 곡 ‘대신’의 스토리 파트를 그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대신’은 최근 타계한 제주올레 개척자 서명숙 님의 영결식에서도 불려진 노래다.)


‘당신을 대신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대신할 수 없는 자녀이며, 유일무이한 연인이며, 무엇보다 신의 눈동자에 맺힌 단 하나의 고유한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당신 말이에요.’


smso2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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